SW접근성 개선에 정부가 앞장서야

 

[사설] SW접근성 개선에 정부가 앞장서야

 

입력: 2009-04-28 20:39

 

 

 

한국의 스티븐 호킹으로 불리는 서울대 지구 환경과 이상묵  교수는 `컴퓨터는 신이 장애인을 위해 내린선물'이라고 말했다. 지질 조사 여행 중 만난 사고로 이상묵 교수는 전신마비의 중증 장애인이 되는 불행을 겪었지만 지금 정상인 못지 않은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이처럼 그가 왕성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세상과 이어준 것은 그의 말대로 컴퓨터였다.

 

이상묵 교수말고도 IT기술을 활용해 새로운 삶을 살고 있는 장애인은 얼마든지 있다. 예전 같으면 상상할 수 없던 일이었겠지만 마음만 먹으면 세계 어디에나 데려다주는 인터넷과 고성능 컴퓨터 덕분에 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일과 삶의 보람을 찾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장애인들이 필요한 소프트웨어를 손쉽게 활용하고 인터넷에 자유롭게 접속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국내 대부분의 소프트웨어 제품이 소프트웨어 접근성 지침을 외면하고 있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소프트웨어 접근성 지침은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시스템에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소프트웨어를 제작하는 방법에 대한 기준을 제시한 것이다. 키보드 기능, 응용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 사용자 인터페이스 요소, 비트맵 이미지 응용, 스크린 텍스트 출력, 시스템 설정 변경, 동영상 표시, 색깔 정보, 전자서식 등 간단하지만 장애인들이 보다 쉽게 소프트웨어를 활용하기 위해 꼭 필요한 사항들이다.

 

 이 기준을 준수하면 소프트웨어에 접근하려는 모든 사람이 어떤 운영체제를 사용하는지, 어떤 장애를 가지고 있는 지에 구애받지 않고 소프트웨어를 사용할 수 있다. 이 기준을 무시하고 소프트웨어를 제작할 경우 장애자들은 소프트웨어를 제대로 사용할 수 없게 된다. 컴퓨터와 인터넷의 활용은 일상이 된지 오래다. 특히 장애인들의 취업

과 사회생활, 인터넷 사용 등을 보장하려면 소프트웨어 접근성은 필수적으로 뒷받침돼야 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업무가 컴퓨터 상에서 이루어진다는 점을 고려할 때 보조프로그램과 특수 키보드 등을 활용해 필요한 소프트웨어를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은 직업선택에 있어 치명적 제약이 될 수 있다. 특히 보안SW의 설치가 컴퓨팅 환경에 필수적인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일부 제품이 접근성 기준을 반영하지 않아 장애인들이 인스톨조차 못하는 상황이라는 것은 충격적이기까지 하다. 미국의 경우 텍사스주에 근무하고 있는 시각장애인이 자신들이 사용하는 화면낭독프로그램으로 오라클의 소프트웨어를 사용하지 못해 피해를 입었다며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지금부터라도 관련 부처는 이같은 문제의 중요성과 심각성을 인식해 구체적인 개선 계획을 마련하고 실천에 옮겨야 할 것이다. 특히 공무원의 컴퓨팅 환경부터 장애인들이 접근하는 데 문제가 없는지 점검해 봐야 할 것이다. 또 최근 정부조직 개편으로 SW를 담당하는 부처가 지식경제부로 이관됨에 따라 웹 접근성을 담당하는 행정안전

부와의 공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은 귀담아 들어야 할 대목이다. 또 기업들도 장애인의 접근성 보장의 중요성을 깊이 인식해, 제품 기획과 개발단계에서부터 소프트웨어 접근성 지침을 준수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