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도 사용하는 대학웹사이트"…'말'뿐인 국공립대

"장애인도 사용하는 대학웹사이트"…'말'뿐인 국공립대

 

[메디컬투데이 김민정 기자] 국공립대학교는 장애인 웹 접근성을 내년까지 완료해야 하지만 3년 내내 늑장만 부리다 내년 께 완성하겠다는 말만 늘어놓고 있어 이에 대한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 국립대학교 학생인 김모(26·남)씨는 중증 시각장애인이다. 김 씨는 학교 웹사이트에 제공되는 정보에는 늘 까막눈이다. 레포트를 인터넷으로 제출하면 간편할 일을 일부러 먼 길을 돌아 교수에게 직접 제출해야 했다.

 

김 씨는 “나같은 중증 장애인에게는 소리로 이미지와 텍스트가 전달돼야 하는데 이것이 시행되는 학교는 단 한 곳도 없는 것으로 안다”며 “2011년까지 웹사이트 접근성이 구축된다는데 시행이 될지 의문스럽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10월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소속 임해규 의원(한나라당)이 밝힌 자료에 따르면 주요 국공립대학교 13군데 중 단 한 곳만이 중증장애인이 이용 가능한 웹 사이트를 운영중이다.

 

국공립대학교 가운데 이용이 불가능한 수준으로 웹사이트를 운영 중인 곳은 충남대학교, 한밭대학교, 충북대학교, 한국교원대학교, 대구교육대학교, 경북대학교, 금오공과대학교, 안동대학교, 전북대학교, 군산대학교 등 11곳이고 일반인까지 이용이 불편한 학교는 강원대학교와 강릉대학교로 밝혀졌다.

 

이에 대해 한국시각장애인연합(이하 한시련)은 웹사이트가 완성되려면 고려될 사항이 많은데 각 대학은 제대로 만들겠다는 자각조차 없어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시련 강용봉 총장은 “2008년도 정보화진흥원이 품질마크기관을 선정한 곳은 60군데도 안되며 현재도 150개 미만이다”며 “미국의 유통업체 ‘타겟’의 경우 웹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장애인에게 배상금을 물었지만 우리 나라는 이처럼 강력한 조치가 부재하다”고 말했다. 또한 한시련 평가관리팀 김해은 팀장은 “대학교 실무자들은 웹사이트 구축을 왜 하는지에 대한 인식이 없고 심지어 웹사이트를 수정하는 개발업체 쪽에서도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 갈팡질팡하는 상황이다”고 비판했다.

 

이어 김 팀장은 “지난해 추경예산 때 80억원이 배정돼 대민싸이트 49개를 개편하는 사업을 추진했지만 정보문화진흥원과 정보사회진흥원이 정보화진흥원으로 합해지며 행정적인 차질도 빚었다”며 “국공립대 웹사이트 문제 또한 웹의 ‘실제이용’ 등이 치밀하게 고려되지 않는 실정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웹접근성 문제는 2008년 4월11일부터 시행된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로 의무화된 지 오래지만 3년째 대학은 고치겠다는 말뿐 실질적인 결과를 내놓지 않고 있다.

 

또한 웹접근성 준수 방안에는 이미지 정보를 화면낭독 프로그램을 통해 음성으로 제공하고 색각이상자도 색상에 구애없이 콘텐츠를 인식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복잡한 내용이 들어있어 프로그램이 완전히 구축되기 까지는 여러 시행착오가 예상되지만 국공립대학교는 아직도 초안 웹사이트를 구상하지 않아 문제가 심각하다. 충북대학교의 경우 12월 중순 께 웹사이트를 수정했다고 밝혔으나 실질적인 음성지원은 하고 있지 않다. 강원대학교의 경우에는 올해 6월에 작업을 완료했다고 했으나 예산이 없어 진행하지 못했고 업체 선정도 하지 않은 상태다.

 

이에 대해 행정안전부(이하 행안부)와 각 국공립대학교는 마감일이 아직 남아있다는 말을 되풀이할 뿐 웹사이트 구축이 졸속으로 추진될 것이란 우려에 별다른 답변을 내놓지 못하는 실정이다. 충북·강원·충남 등 대학교 관계자는 입을 모아 “음성까지 지원하는 학교는 사실상 거의 없고 예산이 많이 들어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며 "우리도 학생 모두를 고려하고 싶지만 쉽지 않다”고 해명했다. 또한 행안부 관계자는 “지속적으로 사안을 추진중"이라면서도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그때가서 고치면 되고 아직 시행이 마무리 안된 시점에 강제하기 어렵지 않겠느냐”며 소극적인 태도를 취했다.

 

메디컬투데이 김민정 기자 (sh1024h@md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