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보드 안쓰는 패스워드 방식…"웹 접근성 외면" 장애인 단체 반발

 

키보드 안쓰는 패스워드 방식…"웹 접근성 외면" 장애인 단체 반발 

방통위ㆍKISA

 

강동식 기자

 dskang@dt.co.kr | 입력: 2010-04-15 21:03

 

방송통신위원회와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이 발표한 새로운 패스워드 입력방식 기술에 대해 장애인단체 등이 강력한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다. 마우스만으로 패스워드를 입력하는 이 방식이 상용화될 경우 마우스를 사용하지 못하는 수많은 장애인이 인터넷 뱅킹등을 전혀 이용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방통위와 KISA는 15일 서울 가락동 KISA 본원에서 `키보드입력 패스워드 대체수단(씨큐어패스) 기술 이전설명회' 열고, 키보드 입력을 통한 패스워드 유출을 막기 위해 그래픽과 마우스를 이용해 패스워드를 입력하는 `씨큐어패스'를 개발, 보급한다고 발표했다.

방통위가 지원하는 암호이용활성화 사업의 일환으로 KISA가 개발한 씨큐어패스는 마우스로 무작위로 바뀌는

문자및 숫자판을 클릭해 패스워드를 입력하는 방법이다.

  

 

KISA는 패스워드를 키보드로 입력할 경우 키로깅 공격과 숄더서핑 공격에 취약하다며, 씨큐어패스가 인터넷 뱅킹에서 계좌 비밀번호 및 보안카드 번호를 안전하게 입력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희정 KISA 원장은 "씨큐어패스 기술을 국내 기업에게 이전해 보안 솔루션 개발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씨큐어패스 기술을 국내 관련 솔루션 개발에 활용, 해외시장 진출을 지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장애인 단체 등은 이 기술이 당연히 지켜야 할 장애인 웹 접근성의 기본 원칙을 무시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장애인 웹 접근성 표준인 `인터넷 웹 콘텐츠 접근성 지침'은 키보드만으로도 웹 콘텐츠가 제공하는 모든 기능을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는 마우스를 사용하기 어려운 지체자애인, 시각장애인이 콘텐츠에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한국웹접근성평가센터 강완식 사무국장은 "키보드로 조작할 수 없다면 마우스를 쓰기 어려운 시각장애인이나 지체장애인은 사용할 수 없는데, 이 기술을 개발한 것은 장애인은 인터넷을 사용하지 말라는 것"이라며 "시각장애인연합회 차원의 항의 공문 발송을 비롯해 강력하게 항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석일 충북대 교수는 "씨큐어패스 기술을 개발하면서 웹 접근성의 가장 기본적인 요소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은 이용자를 고려하지 않는 기술만능주의 때문이라고 본다"며 "이 기술을 통해 국내 솔루션의 해외 진출을 지원할 수 있다고 말하는데 장애인 웹 접근성이 중요하게 여겨지는 다른 나라에서 이 기술을 채택할 것으로 생각하는 것은 큰 착각"이라고 말했다.

 

 

강동식ㆍ김지선기자 dskang@ㆍdubs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