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 안에서 맴도는 NHN, 뻗어나간 구글 <매일경제 2011.05.28>

 

구글과 NHN은 미국과 한국을 대표하는 인터넷 기업이다.

현재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구글이지만 10년 전만 해도 구글과 NHN은 비슷한 회사였다. 두 회사 모두 ‘검색’을 핵심 서비스로 창업했고, 업계에서 후발주자라는 점도 동일했다.

구글 창업자인 세르게이 브린(38)과 래리 페이지(38)는 1998년 스탠퍼드대의 도메인(http://google.stanford.edu)을 빌려서 서비스를 시작했다. 서비스를 시작할 당시 검색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로 야후, 라이코스, 알타비스타 등이 대표적이었다.

NHN의 창업자인 이해진 NHN이사회 의장(44)도 사정은 비슷했다. 1997년 삼성SDS의 사내벤처로 네이버컴을 창업한 이해진 의장은 2000년 한게임과 합병하며 NHN을 출범시켰다. 네이버가 처음 서비스를 시작할 때 인터넷 업계의 1, 2위는 다음커뮤니케이션과 야후였다. 하지만 현재 네이버와 구글은 한국과 미국에서 검색점유율 65%가 넘는 압도적 1위 사업자다. 구글은 지난해 291억달러(약 31조8000억원) 매출을 기록했고, NHN은 지난해 인터넷 업계 최초로 매출 1조5000억원을 돌파했다.

구글, 모바일·OS 시장 진출

창업 후 10여년간 구글과 NHN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진화했다. 가장 단적인 예는 경쟁상대에서 드러난다.

NHN의 검색엔진인 네이버의 경쟁상대는 10년 전엔 다음(Daum)이었고, 이는 지금도 마찬가지다. 라이코스를 인수한 네이트가 3위 사업자인 것이 유일한 변화다. 하지만 구글의 경쟁상대는 전혀 다르다.

10년 전 구글의 경쟁상대는 야후와 라이코스였지만, 현재는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MS)다. 구글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앞세워 모바일 분야에서 애플의 아이폰과 한판 전쟁을 벌이고 있고, OS와 웹브라우저, 오피스용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MS와 패권을 다투고 있다.

구글의 사업영역은 현재 웹에 머물지 않는다. MS의 인터넷 익스플로러(Internet Explorer)에 맞서 크롬(Chrome) 웹브라우저를 2008년에 출시했다. 크롬은 웹서핑에 특화된 브라우저로 익스플로러, 파이어폭스 등 타 브라우저보다 빠른 속도를 자랑한다.

지난해 1월엔 모바일 OS 안드로이드가 탑재된 첫 레퍼런스폰(표준 스마트폰) ‘넥서스원’을 선보였다. 대만 중소기업에 불과했던 HTC는 이 넥서스원으로 글로벌 스마트폰제조사로 거듭났고, 삼성전자와 모토로라, LG전자 등 글로벌 제조사들도 애플, 노키아, 림(RIM)에 맞서 이 OS를 택했다.

안드로이드 OS는 불과 1년 만에 시장점유율 35.9%를 차지하며 전 세계 1위로 올라섰다. 안드로이드가 스마트폰, 태블릿PC, 스마트TV 등에 적용되는 OS라면 크롬 OS는 노트북, 데스크톱 등 PC를 위한 OS다. 구글은 최근 삼성전자와 함께 만든 크롬북을 공개했고, 올해 6월부터 판매 예정이다.

김중태 IT문화원장은 “구글이 브라우저·OS사업에 뛰어든 건 더 많은 사람들이 웹을 잘 사용하게 하기 위해서다”라고 밝혔다. 실제로 구글 크롬은 여타 브라우저보다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같은 시간에 더 많은 정보를 검색할 수 있다.

구글은 단순히 웹 바깥으로 나간 것이 아니다. OS와 브라우저, 소프트웨어 마켓을 무료로 제공하며 하드웨어 제조사와 소프트웨어 개발자를 끌어들였다. 즉 혼자서 모든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주체가 활동할 수 있는 ‘생태계’를 구축했다.

모바일에선 안드로이드 OS와 마켓을 제공하면서 모바일 생태계를 구축했고, PC에서는 크롬 브라우저와 웹스토어를 선보이며 MS의 윈도 체제에 반란을 꿈꾸고 있다. 윈도에 대적하는 운영체제는 크롬 OS이고, MS의 오피스 소프트웨어 등에 맞서 인터넷 기반의 소프트웨어 마켓인 크롬 웹스토어를 출시했다. 구글은 웹스토어를 통해 PC 기반의 거대한 소프트웨어산업을 웹 애플리케이션으로 대체하려 한다. 수익사업 확보에도 적극적이다. 구글은 2009년 모바일 광고업체인 애드몹(AdMob)을 인수했다.

구글이 강력하게 추진하는 또 다른 분야가 ‘클라우드 컴퓨팅(잠깐용어 참조)’이다. 2004년부터 선보인 지메일, 문서도구(워드, 스프레드시트, 프레젠테이션), 캘린더, 구글토크 등의 서비스는 스마트폰과 태블릿PC에서도 쉽게 연동되면서 사용자가 부쩍 늘었다. 비즈니스인맥사이트를 운영하는 정장환 링크나우 대표는 “지난해부터 아이폰을 쓰면서 구글 캘린더, 지메일을 자주 사용한다. 휴대전화의 주소록과 일정이 쉽게 공유되기 때문에 무척 편하다”고 전했다.

구글코리아의 한 직원은 “떨어져 있는 사람과 업무를 할 때 같은 문서를 공유하면서 구글토크로 대화를 나눈다”며 “우리는 내부에서 신청서를 받을 때도 일일이 사람들에게 문서를 돌리며 받지 않는다. 신청서를 웹에 올리고, 공유신청만 해 놓을 뿐”이라고 밝혔다.

구글은 크롬 웹스토어를 통해 PC 기반의 소프트웨어를 클라우드화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으며 최근 ‘구글 뮤직’을 선보이며 클라우드서비스를 음악, 영화 등의 분야로 확대하고 있다.

네이버, 포털에 주력

NHN의 네이버는 포털 경쟁력에서 독보적인 업체다. 2002년 지식iN, 2005년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 등을 세계 최초로 선보이며 국내 시장을 선도했다. 네이버와 구글의 공통점은 트래픽(잠깐용어 참조)이 중요한 검색업체라는 점이다. 하지만 네이버는 검색을 넘어 많은 정보를 직접 담는 포털 형태로 진화했고, 구글은 여전히 검색엔진으로 남아 있다.

일단 네이버는 검색 방식부터 구글과 큰 차이를 보인다. 구글의 검색 방식은 철저히 알고리즘(잠깐용어 참조)에 의존한다. 기본적으로 검색해서 상위에 올라온 사이트는 가장 많이 인용된(linked) 곳이다. 하지만 네이버는 맞춤형 검색을 지향한다.

만일 네이버 검색창에 ‘나는 가수다’를 입력하면 프로그램 소개서부터 관련 뉴스, 블로그와 카페의 관련 게시글 등이 검색된다. 구글에서는 관련 웹문서와 동영상 등이 검색될 뿐이다. 네이버는 검색 내용을 직접 편집하고, 실시간으로 내용을 관리하기 때문에 사람 손이 많이 간다. 예를 들어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를 입력하면 지금 이 검색어가 왜 주목을 받는지도 설명해준다.

네이버는 콘텐츠를 확보하는 방안도 구글과 다르다. 구글은 동영상(유튜브), 위성지도(구글 어스), 도서(구글 북스) 등을 인수합병 혹은 직접 콘텐츠를 수집해서 확보했다. 하지만 네이버는 사용자들이 콘텐츠를 만드는 방식을 택했다. 네이버 지식iN, 블로그, 카페 등의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강록희 대신증권 연구위원은 “폐쇄성이란 단점이 있지만 네이버는 그동안 사용자들이 직접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는 공간을 성공적으로 만들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네이버가 모바일과 클라우드 부문에서 뒤늦게 대처했다고 지적한다. 강록희 연구위원은 “네이버는 경쟁사인 다음보다도 모바일 분야에서 1년 이상 늦었다”며 “모바일에서 쉽게 경쟁력을 확보할 것이라고 안이하게 판단한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김인성 IT칼럼니스트는 “네이버는 뒤늦게 캘린더, 주소록, N드라이브 서비스를 출시하며 구글을 뒤따라가고 있지만, 요즘 사람들은 네이버를 다음이 아닌 구글과 비교해 보다 편한 서비스를 사용한다”고 밝혔다.

판이하게 다른 신성장동력
신성장동력은 두 업체 간 차이가 크다.

구글은 인터넷에서 벗어나 다양한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안드로이드 OS를 스마트폰, 태블릿PC, 스마트TV 등을 넘어 구글홈(가전제품을 모바일로 조작하는 시스템), 구글카(자동 운전장치가 탑재된 자동차) 등에 접목했다. PC시장에서는 크롬 OS를 탑재한 크롬북과 데스크톱을 내세워 클라우드 시대에 OS의 강자를 노리고 있다.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도 늘리고 있다. 지난 4월 태양광발전소에 1억6800만달러를 투자했고, 2030년까지 태양광, 풍력, 지열 등에 3조8600억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여러 신사업을 벌이고 있지만 여전히 구글의 매출은 95% 이상이 광고에서 나온다. 콘텐츠를 확보하고, 여타 분야로 뻗어나가고 있는 것도 웹의 활용성을 높여 광고 수익을 올리기 위해서다. 구글TV를 보면서 자연스럽게 구글의 검색서비스를 이용하는 식이다. 홈네트워크, 자동차, 신재생에너지와 같이 인터넷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분야에서는 운영 소프트웨어를 구축하는 역할을 맡는다. 궁극적으로 구글이 지향하는 바는 ‘웹 접근성’과 ‘플랫폼 강화’다. 구글이 스마트기기로 집안의 가전제품과 자동차를 제어하면서 사용자는 안드로이드 OS에 대한 종속성이 높아진다. 이는 다시 구글의 콘텐츠와 웹에 대한 접근성을 향상시키는 결과도 가져온다. 대체에너지에 대한 투자 역시 구글 측은 “세계 어느 나라에서나 친환경적인 방법으로 쉽게 전력을 생산하면 인터넷 접근환경도 더욱 개선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콘텐츠 분야에서 주목할 만한 서비스는 번역과 음성인식이다. 김중태 IT문화원장은 “구글의 번역과 음성인식 서비스는 상당히 발전했고, 이 두 서비스가 잘 융합하면 실시간 통역서비스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지메일에서 즉석으로 채팅하는 서비스인 구글토크에서는 이미 즉석 번역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NHN은 지난해 NBP를 분사했고, 올해엔 오픈마켓(잠깐용어 참조)의 출범을 예고하며 신사업에 나섰다. NHN은 지난해 말 오버추어와 결별했고, NBP에 직접 검색광고 영업을 맡겼다. 1조원대 수익사업의 영업을 직접 맡아 매출을 극대화한다는 전략이다. 또한 올해 하반기 오픈마켓시장에 진출해 11번가, 지마켓 등과 경쟁을 벌일 전망이다.

이 두 신사업의 공통점은 기존 네이버가 갖고 있는 트래픽을 이용한다는 것이다. 강록희 대신증권 연구위원은 “NBP는 다소 수익을 기대할 수 있지만, 오픈마켓 진출은 시기적으로 늦었다”며 “지금 오픈마켓 시장이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물론 NHN 역시 모바일·클라우드·소셜 분야에서 서비스와 콘텐츠를 보강하고 있다. 모바일 분야에서 29종의 앱을 출시했고, 미투데이는 가입자 500만명을 돌파하며 국내 대표 SNS로 자리를 잡았다. 클라우드 분야에선 개인용 웹하드인 N드라이브를 선보였다.

N드라이브는 파일 저장뿐 아니라 포토앨범, 오피스 소프트웨어 등의 서비스를 함께 제공한다.
 
구글:콘텐츠-유튜브,실시간 번역, 구글어스,구글맵, 구글북스, Q&A,사전,음악,뉴스 개인서비스-지메일,구글캘린더,구글문서도구,구글토크 SW마켓-안드로이드마켑,크롬웹스토어


구글:웹브라우저-크롬, 모바일-구글보이스,애드몹 운영체제-안드로이드,크롬 신사업-구글TV,구글홈


NHN: 콘텐츠-지식in,블로그,카페,동영상,지도,사전,뉴스,증권정보등 SNS-미투데이,네이버톡 게임-한게임,테라,모바일게임


NHN:개인서비스-이메일,주소록,캘린더,N드라이브 신사업-NBP,오픈마켓


NHN 주가 전망
실적 정체·성장성 한계로 이중고

NHN의 올해 1분기 실적은 예상치 수준이었다. 하지만 현재 기업가치에 해당되는 수준은 아니다. NHN의 1분기 K-IFRS 연결기준 매출액은 5172억원(전년 동기 대비 14.3% 상승), 영업이익 1684억원(전년 동기 대비 13.7% 상승), 순이익 1271억원(전년 동기 대비 13.4% 상승)으로 이는 국내외 법인 29개가 합쳐진 실적이다.

NHN재팬 등 국외 매출 비중은 전체의 14%였다. 부문별로 검색 광고와 디스플레이 광고는 전년 대비 20%가량 성장했지만, 게임 부문이 거의 성장하지 못했다.

NHN은 사행성 게임에 대한 정부의 규제 우려로 자율적인 규제를 시작하면서 게임 부문의 매출이 둔화됐다. 이는 전체적인 실적 둔화로 이어져 주가가 박스권에서 답보했다.

현재 NHN에 부여하는 가치도 주가수익비율(PER)의 16~17배로 글로벌 검색엔진인 구글과 유사한 수준이다. 하지만 구글은 전 세계에서 모바일 시장까지 장악하고 있다는 점에서 NHN의 주가는 고평가됐다고 볼 수 있다. 현재의 밋밋한 성장률이 가팔라지기 위해서는 전체 매출의 30%가 넘고, 시장점유율은 10% 초반에 머물고 있는 게임 부문의 성장이 필수적이다. 온라인 광고와 검색 광고는 점유율이 70% 이상으로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한적이고, 종편채널과 민영미디어렙 도입 등이 인터넷 미디어에 긍정적인 요소가 아니다. 하지만 NHN은 당분간 웹보드 게임에 대한 매출을 통제할 계획이고, 게임 발매사업(퍼블리싱) 부문에서 기대했던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테라(TERA)의 매출이 하향 안정화(연간 600억원 수준)되고 있다. 실적 향상이 기대되는 요인은 올해 4분기 신작 ‘킹덤언더파이어’뿐이다. 결국 내부성장의 한계에 부딪쳐 현금자산 7000억원으로 외부 게임이나 M&A를 통한 외적 성장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나마 위안을 찾는다면 전체 검색의 17%가 모바일에서 발생하고, 모바일 검색으로 하루 매출 7000만원이 넘고 있다. 이는 연간 200억~300억원 규모로 실적 기여도는 미미하지만, 장기적으로 모바일 분야의 실적 향상에 기여할 수 있다. 네이버재팬 역시 당분간 의미 있는 트래픽이나 실적을 창출하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 주가는 18만~23만원 박스권에서 횡보할 가능성이 높다. [최찬석 KTB투자증권 연구위원]

잠깐용어 클라우드 컴퓨팅(Cloud Computing)
소프트웨어와 데이터를 인터넷상의 데이터센터에 저장한 뒤 필요할 때마다 접속해 언제 어디에서든지 컴퓨터로 작업할 수 있는 기술이다.

잠깐용어 트래픽(Traffic)
전송량이라고 하며 어떤 통신장치나 시스템에 걸리는 부하를 말한다.

잠깐용어 알고리즘(Algorithm)
아랍의 수학자 알콰리즈미의 이름에서 유래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처리 절차와 방법을 뜻한다. 주로 컴퓨터용어로 쓰이며 컴퓨터가 어떤 일을 수행하기 위한 실행 명령어들의 순서를 의미한다.

잠깐용어 오픈마켓
기존 온라인 쇼핑몰 판매 방식과 달리 판매자와 구매자에게 모두 열려 있는 온라인 장터다. G마켓, 옥션, 인터파크 등이 대표적 오픈마켓이다. 이들은 플랫폼을 제공한 대가로 상품을 등록한 사용자로부터 수수료를 받는다. 판매자와 구매자 간의 직거래 장터이기 때문에 매매 과정이 신속하다.

[윤형중 기자 hjyoon@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