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차별없는 인터넷 만들겠다 <MK뉴스 2011.11.08>

 웹접근성 정책 총괄 빅터 차란 야후 수석매니저

웹접근성 정책 총괄 빅터 차란 야후 수석매니저

 

 

 "미국 서니베일에 있는 저희 연구소에서는 개발자와 디자이너가 모두 눈을 가리거나 손을 쓰지 못하는 상태로 인터넷을 이용하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문제는 기술이 아니라 몸으로 직접 느끼는 것이죠."

야후에서 웹 접근성(Web Accessibility) 정책을 총괄하는 빅터 차란 포괄적디자인팀 수석매니저는 이렇게 말했다. 웹 접근성이란 장애인 노인 등 정보 취약 계층이 인터넷에서 차별 없이 다른 사용자와 동등하게 정보에 접근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을 말한다.

차란 수석매니저는 "기술은 이미 충분히 있지만 개발하는 사람들이 실제 이용자 경험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서 "이런 원리는 모든 기술과 서비스 개발, 마케팅에 적용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장애인으로서 인터넷을 활용해본 사람들은 하나같이 "정말 고맙다. 내가 세상 보는 눈이 달라졌다"며 감동했다고 전했다.

차란 수석매니저 자신도 시각장애인이기 때문에 이런 생각을 실천할 수 있었다. 차란 매니저는 1994년 맹인학교에 다니면서 PC를 처음 접한 후 인생의 큰 전환기를 맞았다. PC를 통해 비장애 친구들의 도움 없이도 전공서적을 읽는 등 많은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다.

2005년 야후에 합류한 이후 웹 접근성 전도사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특히 PC 스크린에 떠 있는 문자를 읽어주는 스크린리더 등을 야후의 더 많은 서비스에 적극적으로 적용하는 데 일조했다. 차란 수석매니저가 일하는 연구소 이름은 원래 `야후 접근성 연구소`였지만 최근 포괄적디자인팀으로 바꿨다. 접근성 개념을 재정립하기 위한 개명이었다. 웹 접근성이 야후의 모든 활동에 내재될 수 있도록 한다는 생각이다.

한국의 웹 접근성이 취약하다는 부분에서는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한국에서는 2009년 발효된 장애인차별금지법에 웹사이트의 웹 접근성 준수를 의무화하고, 2015년까지 개인 홈페이지를 뺀 모든 국내 웹사이트는 장애인 접근성을 의무적으로 준수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중앙행정기관을 제외하고는 아직까지 웹 접근성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그는 "미국에서는 최근 `21세기 비디오 접근성법(21 Century Video Accessibility Act)이 통과됐다"면서 "이미 1990년 장애인법이 제정돼 접근성 개념이 확립됐지만 최근 들어 정보가 모두 인터넷으로 모이면서 새로운 법안의 필요성이 제기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인식 아래 미국에서는 장애인을 위한 앱이 활발하게 개발되고 있다. 그중에서도 프롤로큐오투고(Prolo-quo2Go)는 iOS 기반 기기에서 말을 할 수 없는 사람이 의사소통을 할 수 있게 해준다. 또 비즈위즈(VizWiz) 애플리케이션(앱)은 시각장애인들의 눈이 돼주는 앱으로 카메라를 통해 이미지를 전송하고 질문하면 자동 이미지 처리 장치, 익명의 웹 사용자, 소셜네트워크 멤버들의 정보를 결합해 질문에 대한 빠른 답변을 해준다.

차란 수석매니저는 앞은 보지 못하지만 음악에 대한 열정으로 새로운 음악 세상을 열어가고 있다. "음악 영역은 웹 접근성에 큰 문제가 있다"는 그는 "이를 개선하는 데 작은 힘을 보태고 싶다"고 말했다.


[황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