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등 타 금융권 '오픈뱅킹' 도입
시각장애인 "웹페이지 인식 불가"
[서울파이낸스 강현창기자] "XX증권 홈페이지 로그인이 안되네요."
전업투자가인 A씨는 최근 컴퓨터를 최신형으로 바꾼 뒤 주거래 증권사의 홈페이지에 접속을 하려다가 낭패를 보았다. 수차례 로그인 창을 띄우기 위해 노력했지만 '지원되지 않는 브라우저'라는 메시지만 나타날 뿐이었다. A씨가 사용하던 웹브라우저는 웹표준을 지원하는 구글의 '크롬'이다.
최근 금융권을 중심으로 홈페이지 작성에 있어서 웹표준을 적용하려는 '오픈뱅킹' 움직임이 활발한 가운데 증권사들은 상대적으로 대처가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웹표준을 지키는 홈페이지를 운영 중인 증권사는 우리투자증권이 유일하다. 반면 금융권에서는 우리은행과 국민은행이 '오픈뱅킹' 시스템을 운영 중이며 기업은행과 SC제일은행, 신한은행 등도 웹표준에 맞춘 홈페이지 개발에 한창이다.
웹표준이란 웹페이지가 모든 브라우저에서 동일하게 보일 수 있도록 통일된 기준으로 웹페이지를 제작하는 것을 말한다. 미국의 MIT와 유럽의 원자핵 공동 연구소(CERN) 등을 주축으로 구성된 W3C(World Wide Web Consortium)라는 교육·연구단체가 권고안을 발표한다.
마이크로소프트사(MS)의 익스플로러가 웹브라우저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우라나라와 달리 해외에서 구글의 크롬이나 애플의 사파리, 모질라의 파이어폭스 등 다양한 웹브라우저가 점유율을 상당부분 차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웹페이지를 개발할 때 웹표준을 지키려는 국제적인 움직임도 활발하다.
최근에는 스마트폰과 태블릿PC등 다양한 스마트디바이스가 인기를 끌면서 웹표준을 따르는 홈페이지 개발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그러나 증권가에서는 아직 웹표준 적용에 대한 논의가 없다. 대부분의 증권사 홈페이지가 공인인증서 로그인과 보안강화 등을 위해 액티브엑스(Axtive X)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액티브엑스는 MS에서 개발한 인터넷 익스플로러 플러그인으로 타사의 웹브라우저에서는 사용이 안된다. 당연히 웹표준에는 위반된다.
증권사들이 웹표준을 따르지 않으면서 가장 큰 불편을 겪는 부류는 장애인들이다. 시각장애인들이 사용하는 스크린리더는 웹표준을 따른 웹페이지에서는 정상적으로 동작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초기화면에서 다른 메뉴로 옮기기만 해도 사이트 인식을 하지 못한다.
장애인 외에도 익스플로러 이외의 브라우저를 사용하는 사용자들은 증권사 홈페이지 접속 자체가 대부분 불가능한 실정이다.
웹표준 체계는 당국의 웹접근성 지침 및 장애인차별금지법에관한법률에 의해 오는 2013년부터 일반 영리기업의 의무사항으로 규제돼 있지만 대부분 증권사들은 관련 대책조차 마련하지 못했다.
한 웹페이지 개발자는 "대부분의 증권사들이 웹표준 자체에 대해 잘 모른다"며 "보통 홈페이지를 개발할 때는 우리와 같은 외부 웹 에이전시 회사에 개발을 의뢰하는데 계약과정에서 웹표준을 따라달라는 주문은 받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웹표준을 따른다면 적용할 수 없는 화려한 플래시 동영상과 팝업 기능을 넣어달라는 주문은 많이 받았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한 증권사 관계자는 "증권사는 은행처럼 홈페이지에서 주문계약 등이 이뤄지는 경우가 거의 없고 HTS를 사용하면서 웹표준의 중요성이 부각되지 않은 것"이라며 "보안 등의 문제도 있기 때문에 웹표준을 무리하게 적용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서울파이낸스 강현창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