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정보화사업에 장애인 참여 확대해야 <에이블뉴스 2012.03.29>

장애인 정보화 5개년 계획, 법적으로 의무화하기를

 

우리나라 장애인 정보화 정책이 시행된 지 15년째다. 한국정보화진흥원은 장애인 정보화 교육장 운영, 중증장애인 출장 교육, 교육용 교재 개발·보급, 정보통신보조기기 보급사업, 장애인통신보조기기 전시장 운영, 웹접근성 지침 마련과 접근성마크 심사, 정보화 캠페인, 청각장애인 통신중계 서비스센터 운영 등 실로 많은 일을 해 왔다.

 

장애인의 정보화율과 국민 정보화율의 격차를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었던 것은 정부의 노력 덕분일 것이다.

장애인정책발전 5개년 계획에서 정보화 정책들은 장애인의 정보사회에서의 소외를 막고 장애인의 정보격차를 해소하고자 많은 노력을 해 왔다.

 

그 중 정보화 교육사업은 지자체로 이관되었고, 정보화 관련법은 ‘장애인 정보격차해소에 관한법’이 국민정보화기본법에 통폐합되었다. 장애인을 위한 법 중 별도의 법이 아닌 일반법에 통폐합 된 첫 번째 사례가 되었다. 그러나 내용상으로는 축소되지 않고 고스란히 국민정보화기본법에 녹여졌다.

 

장애인정책발전 5개년 계획에서 과제는 항상 장애인정보화를 포함하였다. 그러나 목표는 평소에 하고 있던 사업에서 조금 더 상향 조정하거나 예산의 미확보 등으로 조금 낮추는 정도로만 수립되었다.

 

장애인 정보화 교육장이 180개가 있다면 다음 목표는 190게로 늘리면 목표는 달성된다. 그러나 새롭게 생기는 정보 격차를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정책을 만들어 내지는 못하였다.

예를 들면, 스마트폰 시대에 SMS 사용에서 장애인의 참여율을 높이기 위한 정책 등 새로운 정책이 없이 목표만 다소 조정하는 수준의 정책은 그저 나열식 과제라는 것이다.

 

이번 총선에서 각 당의 어느 공약에서든, 장애인 단체가 요구한 공약에서든, 혹은 어느 단체의 공약개발안에서도 정보화에 대한 내용은 전혀 없다. 정부나 정당 역시 예산 부담이 없는 수준에서 적당한 수준을 지키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적당한'이 아닌 '적절한' 수준을 연구해야 한다.

 

장애인 통신보조기기 보급 사업 역시 연간 6천 명이나 되는 장애인에게 보급하여 왔다. 이러한 지원 사업이 앞으로도 무제한 연차별로 지속될 것인지, 아니면 몇 년 동안 지속되다가 없어질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정부는 몇 년 후는 개인 부담으로 돌리고 사업을 종료할 것이라고 한 바도 있다.

 

이렇게 보급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데도 지원 대상에서 탈락한 장애인은 자기 돈으로 구입하기에는 좀 억울하다. 주위의 누군가는 지원을 받았는데 나는 전액 자부담하니 억울할 것이다. 그러니 그냥 내년의 지원을 기다리게 된다.

보급사업이 보급을 촉진하는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이러한 경우는 보급의 저해 요소로 작용되기도 하는 것이다.

그런 이유에서인지 통신보조기기의 보급사업 시기 외에는 개발이나 판매 업체의 매출이 거의 없다. 장애인보조기기의 시장 측면에서는 반드시 바람직한 현상이라고는 하기 힘들다.

 

한국정보화진흥원에서 장애인용 통신보조기기의 보급 제품을 선정할 경우, 먼저 물품 대상으로 선정되기 위해서는 정보화진흥원에 서류를 접수하고 심사를 받아야 한다.
심사를 하여 통과가 되면 그 제품을 장애인들이 신청을 하고, 선정이 되면 지원을 받는 것이다. 이것도 1년에 1회 행사로 한다. 상시 프로그램이 되지 못한다.

 

업체에서 신청을 하지 않거나, 지원 물품으로 선정되지 않으면 장애인이 그 제품을 구입할 기회가 없어진다.

끊임없이 새로운 제품이 개발된다. 물론 모든 장애인 보조기기가 대상 심사 신청을 하면 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제도를 모르거나 한 번 탈락한 경험이 있어 신청을 하지 않으면 그 피해를 장애인이 보게 된다.

수요가 클 것이라 생각한 제품이 장애인 신청자가 별로 없거나, 특정 장애 유형의 고려가 부족한 경우도 생길 수 있다.

 

따라서 업체가 신청한 제품을 대상으로 심사를 하는 것이 아니라 장애인 단체들이 참여한 가운데 제품을 건의받아 행정에 반영한다면 가장 필요로 하는 제품이 우선 공급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정보문화진흥원의 각종 사업이나 정책에 장애인 단체들의 참여가 없다는 얘기는 아니다. 하지만 정보문화진흥원의 사업 중 장애인 단체에 위임되어 시행되는 것은 없다.

이러한 사업을 할 수 있는 곳은 정보화문화진흥원이 유일하다. 그래서 장애인 단체들이 참여하고 같이 회의를 하지만, 적정 협력 관계에서는 뭔가 빠진 듯 긴밀성이 없다. 정보화대회에도 단체장의 인사나 후원 명칭 사용 승인에 그친다.

 

소비가가 가장 정보를 잘 알고 있다. 그리고 필요로 하는 것도 장애인이 가장 잘 알고 있다. 장애인 당사자가 가장 원하는 제품을 선정에 반영하는 방법은 심사위원에 장애인 당사자가 참여하여 의견을 내는 것이다.

물론 심사 위원은 전문가와 장애인으로 구성하고 있다. 그렇지만 업체의 신청이 먼저가 아니라 장애인의 의견이 먼저가 된다면 더욱 좋을 것이다.

 

더불어 정보화 정책 개발과 계획에 장애인의 참여가 확대되었으면 한다. 그리고 예산을 반영한 보다 적극적인 정책이 새로이 만들어지기를 원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편의증진 5개년 계획과 장애인정책발전 5개년 계획, 특수교육 발전 5개년 계획, 장애인고용촉진 5개년 계획처럼 장애인정보화를 위한 정책5개년 계획을 법에 의무적으로 정하도록 하고, 이에 대한 자료 수집과 연구도 법으로 규정하면 좋을 것이다.

 

칼럼니스트 서인환 (rtech@cho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