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구글이 될 수 없는 이유 <지디넷코리아 2012.07.01>

장애인을 위한 웹접근성 센스리더(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점자정보단말기, 확대독서기, 발마우스

▲ 장애인을 위한 웹접근성 센스리더(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점자정보단말기, 확대독서기, 발마우스 

 

[장애인 웹접근성①]현 주소는…

지난 2003년 김정호 엑스비전테크놀로지 이사와 김석일 충북대 교수가 국내 유수 포털들을 모아놓고 웹접근성을 설명했다. 두 사람은 장애인들의 인터넷 접근성에 대한 활동을 활발히 해온 인물들이다.

강연이 끝난 후 돌아온 포털 담당자들의 대답은 “우리 이용자 중에는 장애인이 없습니다”였다. 순간순간 급변하는 IT 경쟁 환경에서 그런데 까지 신경을 쓸 겨를은 없다는 설명도 뒤따랐다.

이게 불과 10년 전 일이다. 이미 우리나라가 IT 강국으로 이름을 날리던 때다. 지난 2008년 시행된 장애인차별금지법에 따라 내년 4월부터는 민간분야 주요 사이트가 웹접근성 의무를 부여받는다. 장애인들도 일반인과 마찬가지로 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제반환경을 구축하라는 의무다.

웹접근성(Web Accessibility)이란 장애인을 비롯해 모든 사람이 인터넷에서 제약 없이 정보를 얻고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을 일컫는 용어다. 청각장애인이 자막으로 음성정보를 확인하거나 시각장애인을 위해 음성으로 텍스트 및 이미지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지체장애인이 마우스 대신 키보드를 사용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하는 것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민관, 장애인 웹접근성 인식 변화

국내에서도 장애인 웹접근성에 대한 정부차원의 인식 변화가 시작됐다. 10년 전 “우리 이용자 중에 장애인은 없다”던 포털들의 자세도 많이 변했다. 국내 최대 포털사이트 네이버는 지난해 11월 전문인력을 구성하고 웹접근성 적용 프로젝트를 전사확산 과제로 진행 중이다. 다음도 5년 전부터 시각장애인을 고용해 테스트를 실시하고 피드백을 받으면서 사용성을 개선해나가고 있다.

모바일로 넘어오면 얘기는 달라진다. 국내 스마트폰 사용인구가 2천700만명을 넘어서면서 인터넷 환경이 유선에서 무선으로 급격히 옮아가고 있지만 모바일 서비스 전반에 대한 장애인 접근성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상황이다. 장애인들은 여전히 무료 문자서비스나 모바일 뱅킹 등 서비스에서 소외될 수밖에 없다.

동시에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차별받지 않는 동일한 환경에서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이 열리기도 했다. 애플 아이폰 덕분이다. 아이폰은 출시 단계부터 장애인을 위한 음성지원 기능인 ‘보이스 오버’를 기본 탑재했다. 스마트폰의 모든 기능과 텍스트를 음성으로 읽어주는 기능이다. 설정 메뉴에서 보이스 오버 기능을 활성화시키기만 하면 사용이 가능하다. 덕분에 장애인용 특수 기기나 스크린 리더기 같은 별도 장비를 구매하지 않아도 스마트폰 이용이 가능해졌다.

국내 제조사들의 장애인 접근성에 대한 관심도는 현저히 떨어진다.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에 화면 내용을 음성으로 안내해주는 ‘토크백(TalkBack)’ 기능과 웹브라우저 ‘TTS(Text-to-Speech)’ 기능이 탑재되기는 했지만 제조사들이 이를 외면하면서 단말기에서 이를 이용할 수 없었다.

그동안 접근성 분야에서 iOS에 비해 뒤진다는 평가를 받아왔던 구글은 안드로이드 4.0 아이스크림샌드위치(ICS)부터 대대적으로 기능을 개선하고 개선에 나서 제조사들이 단말기를 만들 때부터 장애인을 위한 기능을 탑재하도록 의무화하면서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의 접근성도 크게 개선될 전망이다.

■기업, 장애인 웹접근성 철학 바뀌어야

장애인들은 이에 대해 국내 기업들의 철학과 웹접근성에 대한 접근방법을 지적한다. 구글은 창립단계부터 ‘전세계의 정보를 체게화해 누구나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목표로 접근성을 고려해 서비스를 설계하고 여러 접근성 도구(accessibility tool)들을 지원하고 있다. 애플의 아이폰은 시각장애인들이 차별받지 않고 스마트폰을 이용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

정보가 디지털화되면서 모든 정보를 다양한 형식으로 바꿀 수 있는 만큼 웹의 정보를 장애를 가진 사람들도 파악할 수 있는 형식으로 바꾼다면 신체나 언어의 제약이 있어도 정보에 접근하고 활용할 수 있게 됐기에 가능한 시도다.

김정호 이사는 “이게 네이버와 구글, 삼성과 애플의 결정적인 차이”라며 “네이버가 네이버일 수밖에 없는 이유, 구글이 구글일 수 있는 이유”라고 말한다.

우리나라 장애 인구는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보건복지부 한국보건사회 연구원에서 지난해 12월 발표한 ‘2011년 장애인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정 장애인구는 2000년 약 144만9천496명이었던 것이 지난해 268만3천477명으로 지난 10년 간 123만명이 증가했다. 이는 한국 전체 인구의 5.61%를 차지하는 수치로 장애인 가족 700만명까지 포함하면 인구 15%에 이른다.

하지만 여전히 장애인들이 수월하게 이용할 수 있는 정보통신 기기와 인터넷 환경은 최하위 수준을 밑돌고 있다. 같은 조사에서 장애인들의 휴대폰 사용률은 70%, 컴퓨터는 31%, 인터넷은 31%로 나타났으며 스마트폰의 경우에는 사용률이 7.2%에 그친 것으로 집계됐다.

지디넷코리아는 4회에 걸쳐 국내 장애인들의 인터넷 접근성에 대한 현주소를 다룬다.

 

정현정 기자 iam@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