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 접근성이 명문화된 장애인차별금지법이 2008년 시행되었으니 햇수로 5년째다. 그동안 공공기관, 교육기관, 도서관, 병원 등 공공영역에 대한 모니터링이 꾸준히 이뤄져왔고 강제든 자발이든 접근성이 향상됐다.
그리고 내년 4월 11일부터는 웹 접근성 의무화가 모든 법인으로 확대되어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많이 사용되는 포털, 금융, 쇼핑 등의 분야에서도 접근성 준수가 의무화된다.
이에 따라 내년이면 대부분의 기업에서 웹 접근성을 의무적으로 준수해야 하기에 지금쯤이면 계획이 되어 있거나 적어도 염두에 둘 것이라 생각하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대개의 실무자들은 여러 반응으로 갈리는데 첫째 ‘이미 웹 접근성을 완료했다’, 둘째 ‘알고 있고 계획 중이다’, 셋째 ‘알지만 관망 중이다’, 넷째 ‘전혀 모른다’이다.
이미 준비했다는 사이트를 보면 사실 웹 접근성 지침 근거로 볼 때 만족스럽지 못한 경우가 허다했다. 또 관망 중인 경우를 보면 예산 문제로 접근성을 제고해야 할지 말지 망설였다.
하긴 해야겠는데 지금 당장은 어렵고 닥치면 여러 동종 업계의 반응을 살피며 대응하겠다는 계산적인 생각도 있었다.
장애인차별금지법에 엄연히 의무화되어 있고 이를 어기면 3년 이하의 징역 혹은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고는 하지만 주차위반처럼 행정당국에서 강력히 재제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소송까지 가는 경우는 몇 안 될 테니 장애인 사용자가 많지 않다면 접근성 제고를 당장 할 필요가 있겠냐는 안일한 생각도 깔려 있을 것이다.
실무자가 접근성의 취지와 필요성에 대해 충분히 공감을 하고 있다 하더라도 접근성을 고려하려면 예산이 추가로 들기 때문에 오너를 설득하기란 쉽지 않다고도 한다.
설득하려면 법 외에 장애인 이용자의 의견이 중요한데 장애인 이용자가 한두번 이의제기한 것만으로는 설득이 충분치 않다고 한다.
언젠가 장애인이 자주 사용하리라고 생각한 한 홈페이지를 방문한 적이 있는데 의외로 접근성이 전혀 고려되지가 않아 관리자에게 연락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그 관리자 말이 웹접근성에 대해 건의한 것은 내가 처음이라고 말해 놀랐다.
웹 접근성이 장애인들의 노력으로 장애인차별금지법에 명문화되는 쾌거를 거두었지만, 이것으로 다는 아니다. 누릴 수 없는 권리는 아직 권리가 아니다. 진정한 권리는 우리가 누릴 수 있어야 한다.
우리가 소송이라는 강력한 수단을 통해 의무를 다하지 않는 사이트에 권리를 주장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보다 앞서 우리 각자가 이용하는 사이트에 전화, 게시판, 관리자 이메일, 등등 여러 통로를 통하여 칭찬도 하고, 건의를 함으로써 웹 접근성이 왜 필요한가를 관리자측이 이해할 수 있도록 보여주었으면 한다.
기고/천상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