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차법 시행...금융권, 은행만 웹접근성<지디넷코리아 2013.04.11>

 눈이 보이지 않아도, 소리가 들리지 않아도, 손발을 사용하기 어려워도 인터넷 및 IT기기를 이용해 금융거래를 마음껏 할 수 있는 시대가 봄과 함께 개화했다.

 

금융 분야 중 은행 서비스에 대해서만 가능한 얘기다. 증권, 카드, 보험사 등 2금융권 서비스는 2~3개월 더 기다려야 장애인들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11 일 민간기업의 웹 서비스에 대해 장애인 접근을 보장하는 장애인차별금지법(장차법)이 시행된다. 은행은 이달 초까지 인터넷뱅킹 개편 작업을 마무리하며 장애인들의 사용 편의성을 구현한 웹사이트 개편 작업을 끝냈다. 2금융권인 증권, 카드사의 시스템은 앞으로 구축을 시작해 상반기 내 완료할 계획이다.

 

이날 금융권에 따르면 KB, 우리, 신한, 하나, IBK, 외환은행 등 시중은행의 웹사이트는 웹접근성 구현을 끝내고 장애인 고객들을 맞을 준비를 완료했다.

우리은행 홈페이지 메인-우리은행은 지난 6일 홈페이지 개편을 통해 장애인 웹접근성 기능을 추가했다.
▲ 우리은행은 지난 6일 홈페이지 개편을 통해 장애인 웹접근성 기능을 추가했다.


이 들 은행이 구현한 기능은 유사하다. 시각 장애인을 위해서는 스크린 리더기 지원 기능을 구현했고 청각장애인을 대상으로한 동영상 자막 서비스도 새로 추가했다. 일부은행은 그동안 장애인용으로 별도로 운영했던 오픈뱅킹 서비스를 비장애인이 이용하는 사이트와 통합했다. 동일한 금융서비스를 장애인들에게도 제공하기 위함이다.

 

 

은행들의 장애인 대상 기능 구현이 마무리되면서 시각장애인도 시중 대부분 은행의 인터넷뱅킹의 조회, 이체 등을 이용할 수 있게 됐다. 금융서비스에 필요한 공인인증서도 시각 장애인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음성 서비스를 지원한다.

 

■조회·이체 등 음성지원 기능 구현

은행이 구현한 기능은 마우스가 아닌 키보드만으로도 금융거래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기능도 구현했다. 시각장애인들에게 마우스는 무용지물이다.

 

마우스는 위치를 인지하고 조작할 수 있어야 하는데 앞이 보이지 않는 이들에게는 위치라는 개념이 무의미하기 때문이다. 키보드를 이용하면 위치 정보도 인지할 수 있게 돼 시각장애인의 접근성이 더 용이해진다.

 

KB 국민은행은 시각장애인들을 대상으로 한 사용 시험을 거쳐 시스템 개편 작업을 꾸준히 해왔다. 앞이 전혀 보이지 않는 전맹, 사물을 흐릿하게 인식할 수 있는 수준의 약시 등 장애 단계별로 1개월에 걸쳐 테스트를 실시, 2개 기관으로부터 웹 접근성 인증도 받았다.

KB국민은행 홈페이지 메인-KB국민은행은 웹사이트 개편을 할 때 시각장애인 대상으로 편의성 시험을 했다.
▲ KB국민은행은 웹사이트 개편을 할 때 시각장애인 대상으로 편의성 시험을 했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테스트를 통해 장애인들이 웹에 접근할 수 있도록 구현했다”며 “웹접근성 인증도 2개를 동시에 획득했다”고 설명했다.

 

 

우 리은행은 메뉴 이동 단계를 축소하는 등 접근성을 강화했다. 음성센서, 키보드 조작 외에도 청각장애인들도 동영상 서비스를 이용하도록 자막 서비스를 실시한다. 그동안은 홍보물 등에 주로 이용되는 동영상 서비스는 음성, 영상만 지원했지만 자막도 추가해 소리가 들리지 않는 청각장애인들도 동영상을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하나, IBK, 외환은행 등도 웹접근성 구현을 완료하고 인증 서비스를 받았다. 시중은행 대부분이 인터넷뱅킹 이외의 시각장애인용 ATM기는 연말까지 추가로 꾸준히 늘려갈 계획이다.

 

■고가의 스크린리더기 정부지원 받을 수 있어

 

은 행의 스크린리더 지원 기능은 구현됐지만 장애인들이 사용하기에는 여전히 어려움이 있다. 스크린리더기는 고가다. 시장점유율이 높은 엑스비젼의 센스리더기의 경우는 38만~68만원의 가격대다. 외산 제품의 경우 100만원이 넘기도 한다.

 

개인이 사기에는 부담스러운 가격이다. 정부 지원을 받으면 저렴하게 살 수 있다. 정보화진흥원 등의 지원 서비스를 이용해볼만하다.

센스리더프로페셔널에디션, 보이스브래일-정보화진흥원은 매년 4천명에게 정보통신 보조기기 지원금을 지급한다.
▲ 정보화진흥원은 매년 4천명에게 정보통신 보조기기 지원금을 지급한다.


정보화진흥원(NIA)은 매년 4천명에게 정보통신기기 구매비용을 지원한다고 설명한다. 홍경순 NIA 부장은 “80~90% 정도의 정보통신 기기 구매 비용을 지원한다”고 말했다.

 

 

지원 대상 기기는 낭독 소프트웨어, 점자정보 단말기, 독서 확대경, 음성 전달기 등이다. NIA는 매년 장애인들의 정보접근을 돕는 정보화기기 품목을 선정해 지원하며 지난해의 경우는 총 69종의 정보화지원 기기가 선정됐다.

 

올해도 장애인 정보접근성을 돕는 정보화지원 기기 항목 선정 작업이 이뤄진다. NIA는 선정이 완료되면 다음달부터 전국 순회 전시회를 하며 제품을 알리고 보조금 지원에 나설 계획이다.

 

전시회를 통해 접수를 받으면 연말경 지원 대상자도 결정된다. 올해 예산은 총 40억원 가량이다. 이외에도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이 장애인을 직원으로 채용하는 기업에 정보화기기를 지원하는 사업 등이 있다.

 

■증권 트레이딩시스템 구현은 ‘막막’

은행 등 1금융권과는 다르게 2금융권은 이제 웹접근성을 향한 첫발을 내디뎠다. 보험, 카드, 증권사는 이제 프로젝트를 서두르거나 이제 막 사업자를 선정해 시스템 개발에 나선 수준이다. 은행과 비슷한 기능이 구현될 예정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브라우저의 인터넷뱅킹이 이슈가 됐던 은행이 인터넷뱅킹을 개편하며 먼저 장애인 편의 기능을 구현한 것은 사실”이라며 “상반기까지 최선을 다해 시스템을 갖춰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기능은 시각 장애인을 위한 카드 리더기 등과 함께 손, 발이 불편한 지체장애인들을 위한 동영상 서비스 등 은행권과 유사하다.

 

증권업계도 뒤늦게 웹 접근성 시스템 구축에 합류했다. 주로 홈페이지 정도로 아직 트레이딩 시스템에는 손도 대지 못한다. 시시가각으로 변하는 거래정보 등에 대한 웹 접근성 구현이 막막하기만 할 따름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트레이딩 부문에는 어떻게 웹 접근성을 구현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홈페이지에 기능을 추가해 생색내기 정도에만 그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