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금지法 확대 시행… 기업들 '웹 접근성' 준수 의무화]
법무법인 "인터넷쇼핑몰 등 2000만원 손배 소송 준비"… 장애인단체, 민사소송하기로
기업들, 홈페이지 개편 안 해 - 10대그룹 중 SK·현대중공업
장애인 이용 어려운 수준… 中企, 法 시행 자체도 몰라
국내 50만개 법인의 인터넷 홈페이지 개편에 비상(非常)이 걸렸다. 공익 지원 법률업체나 장애인 단체가 장애인이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웹 페이지를 바꾸지 않은 기업 등을 상대로 "장애인이 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하는 데 차별당하고 있다"며 손해배상소송을 준비 중이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태평양의 장애분과위와 재단법인 동천은 25일 "이르면 다음 달 중에 장애인이 이용하기에 불편한 인터넷 쇼핑몰, 영화 티켓 구매 사이트 등 3~4개를 추려 2000만원 정도의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동천 측은 지난 5개월간 팀을 꾸려 장애인들로부터 인터넷 사용에 불편했던 점을 모니터링하고, 웹 접근성을 평가하는 프로그램으로 분석하는 과정을 거쳐 소송 대상 업체를 20개 정도 골랐다. 이 가운데 최종적으로 3~4곳을 낙점해 소송을 제기할 방침이다. 동천 관계자는 "소장은 거의 완성했고, 소송을 통해 효과가 크고 다른 기업에도 경각심을 줄 수 있는 업체를 최종 선택하겠다"고 말했다.
장애인 단체도 장애인의 웹 접근성을 차별하는 기업에 대해 민사소송을 준비 중이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원종필 사무총장은 "웹 접근성을 차별하는 기업을 5곳 미만 정도로 최종 선정해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하는 방안을 법무법인 관계자들과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줄소송이 예고되는 이유는 지난 11일부터 '장애인 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이하 장차법)'이 확대 시행되면서 공공기관이나 기업 등 모든 법인에 '웹 접근성' 준수가 의무화됐기 때문이다. 웹 접근성이란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도 자유롭게 인터넷을 이용하도록 보장하는 것을 말한다.
시·청각장애인 등은 장애인이 도저히 이용하기 어려운 웹 페이지를 만든 기업에 대해 국가인권위에 진정서를 낼 수 있다. 시정 명령이 내려지고도 개선이 없으면 법원은 3000만원 이하 벌금이나 3년 이하 징역형을 선고할 수 있다. 민사상 웹 접근성 차별 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소송도 할 수도 있다.
현 재 민간 분야의 웹 접근성은 미흡한 실정이다. 숙명여대 정책·산업대학원 등이 국내 10대 그룹 홈페이지의 웹 접근성을 평가한 결과, 인증 합격 수준(95점 이상)을 받은 그룹은 포스코 단 한 곳이었다. SK그룹(62점)·현대중공업(71점) 등은 장애인이 이용하기 어려울 정도로 웹 접근성이 나빴다.
중소기업들은 웹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경우가 아직 많다. 미래창조과학부의 '2012년 웹 접근성 조사'에 따르면 중앙부처 및 지방자치단체의 웹 접근성은 각각 92.4점과 94.4점이었지만 민간 분야는 66.6점에 그쳤다. 한국정보화진흥원 홍경순 부장은 "이 조사에서 60점대 점수를 받았다는 것은 장애인을 위한 홈페이지 개편 작업이 거의 안 됐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웹 접근성
누구든 동등하게 인터넷을 통해 정보에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을 말한다. 청각장애인을 위해서는 음성으로 나오는 동영상 등에 자막을 넣어주고, 시각장애인을 위해서는 웹 사이트 내용을 소리로 읽어주는 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