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려와 사랑의 디자인 움튼다

 

 

배려와 사랑의 디자인 움튼다

 

강동식 기자

dskang@dt.co.kr | 입력: 2009-03-01 21:01

   

 

나이가 많든… 장애가 있든…

누구나사용하기 쉬운웹 2.0

시대 제약 없는 접근성 대두

새로운 시장 창출 역할에도 '주목'

 

■ 유니버셜 디자인을 주목하라

 웹 2.0 시대에 걸맞게 공동체(커뮤니티) 의식, 상호관계성 중시 등을 고려한 `배려'의 디자인이 뜬다. 더불어 사는 세상을 위해 도시 곳곳에, 심지어 IT 기기에 이르기까지 `유니버설디자인'이 움트고 있다.

"되도록 많은 사람이 사용하기 쉬운 제품을 만들어야 합니다. 이것이 최근 디자인의 기본 방향입니다."(반영환 국민대학교 교수)국제연합(UN)은 65세 이상 인구비율이 7% 이상을 고령화사회, 14% 이상을 고령사회, 20% 이상을 초고령사회로 구분하고 있다. 한국은 이미 2000년 65세 이상 인구비율이 7%를 넘어 고령화사회에 진입한데 이어 다른 어느 나라보다도 빠른 고령화 추세를 보여 오는 2018년 고령사회, 2026년에는 초고령사회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같은 상황과 맞물려 최근 관심을 모으고 있는 것이 `유니버설 디자인'(universal design)이다.

유니버설 디자인은 성별, 연령, 국적, 문화적 배경, 교육수준, 장애의 유무에 상관없이 누구나 쉽게 쓸 수 있는 제품과 사용환경을 만들기 위한 디자인을 말한다.

  

 

한국기술교육대학교 정광태 교수는 논문(유니버설 디자인의 적합성에 관한전문가 평가 방법)에서 국내에서도 장애인구와 고령인구의 지속적인 증가로 인해 이들을 위한 제품이나 설비, 환경의 디자인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고, 일반적으로 노인이나 장애인은 제품, 정보, 환경의 접근에 있어 많은 제약을 받기 때문에 이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방식으로 디자인돼야 한다는 기본적인 개념 하에 대두된 것이 유니버설 디자인이라고 설명했다. 즉, 장애인이나 노인들과 같은 소외 계층의 사람들도 별도의 장치나 특별한 설계 변경없이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디자인해야 한다는 개념이 유니버설 디자인이라는 것이다.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유니버설 디자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지방자치단체가 장애인ㆍ노약자가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유니버설 디자인 도시 조성에 나선다고 밝히고, 산림청이 자연휴양림 진입로의 경사로를 정비하고 객실 현관 턱을 제거하는 등 유니버설 디자인 개념을 적용하는 사례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 

 

유니버설 디자인 개념은 이같은 이용시설뿐만 아니라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IT 기기나 웹사이트와 같은 분야에도 적용해야 할 필요성이 강하게 대두되고 있고 조금씩 중요한요소로 자리잡기 시작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이성일 성균관대 교수는 "정보화 사회에서는 정보 공유에 있어서 일반인과 장애인, 그리고 고령자간에 심한 불평등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해결하기 위해 IT제품과 서비스의 설계에 유니버설 디자인 개념을 적극적으로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마이크로소프트의 접근성 사업을 책임지고 있는 로버트 싱클레어 접근성사업본부장은 "보통 45세가 넘으면 시각ㆍ청각ㆍ손놀림 등이 약화되고 IT 기술의 변화를 따라잡는 것에 어려움을 느끼게 된다"며 "한국도 65세 이상 인구가 크게 늘어나고 있고, 인터넷 사용자층도 빠르게 노령화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싱클레어 본부장은 또 "접근성을 고려한 디자인이 더 폭넓은 계층이 활용할 수 있게 하는 주류 디자인으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IT 제품을 만들 때 장애인과 고령자를 충분히 고려하는 것이 비장애인도 더 편리하게 제품을 사용할 수 있게 하기 때문에 사용자 대부분의 만족도를 높이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일례로 저상버스의 경우 장애인들의 이동권 보장 요구 때문에 생겨난 것이지만, 장애인뿐만 아니라 어린이나 노약자, 임산부 등 많은 사람에게 편리함을 높여주고 있다. 같은 맥락에서 유니버설 디자인은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을 눈여겨봐야 한다. 단적인 예가 `와인폰'이다. 그동안 국내에서 중장년층 휴대폰 시장은 10~20대 대상의 휴대폰과 달리 수요층이 크지 않고, 보급형 모델로도 대응이 가능하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였는데, 중장년층을 겨냥해 화면과 스피커, 버튼이 크고 사용이 편리하게 디자인된 와인폰은 그동안 130만대 이상 판매되며 꾸준하게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