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오른 u-시대 `웹 표준화` 논의 불붙었다

 

막오른 u-시대 `웹 표준화` 논의 불붙었다

 

박상훈 기자

nanugi@dt.co.kr | 입력: 2009-04-01 22:58

 

전자정부 웹 접근성 강화사업 추진

 모바일 분야도 표준화 움직임 잇따라

이기종 운영체제 확산 새 이슈로 등장

 

■ 웹 표준 확산 시급하다

국내 웹 표준화 관련해서 의미 있는 움직임들이 감지되고 있다. 전자정부 사이트와 모바일 웹에 대한 표준화

연구프로젝트가 본격화되고 있고 장애인 차별 금지법 시행을 앞두고 웹 접근성 측면에서 웹 표준의 중요성이 재조명되고 있다. 인터넷 익스플로러(IE) 새 버전이 출시될 때마다 기존 웹사이트와 소프트웨어를 수정해야 하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웹 표준은 비용 효율적인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지난달 24일 행정안전부는 올 추경예산에서 전자정부지원사업으로 255억원을 확보했다고 밝렸다. 주목되는 부분은 120억원이 책정된 `전자정부 웹표준화 및 장애인 접근성 강화사업'. 정부는 공공기관 및 전자정부서비스 사이트 500여개의 웹 접근성을 진단해 정비하고 전자정부 웹 표준 지원체제와 웹 표준 준수 강화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모바일 분야의 웹 표준화 움직임도 활발하다. 정부는 2013년까지 총 45억원을 투입하는 `모바일OK'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유무선 환경을 넘나들며 웹 콘텐츠를 자유롭게 쓸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 SK텔레콤, 삼성전자 등이 참여한 포럼을 통해 추진하고 있다. 올해 2단계 사업을 시작하는 포럼은 개발자들을 위한 저작 툴 보급, 모바일 결제 모듈 개발 등을 중심으로 한 사업계획을 확정했다. 장기적으로는 모바일OK 기반의 온라인 애플리케이션 스토어도 구상하고 있다.

 

◇낡지만 새로운 주제=사실 웹 표준화 논의는 오래된 주제다. 지난 90년대 말 넷스케이프와 인터넷익스플로러(IE) 간의 `브라우저 전쟁' 당시 양 사는 사용자들을 자사 브라우저에 묶어두기 위해 세계적으로 권고되는 웹 표준 이외에 자사만의 독특한 기능들을 잇달아 추가했다. 넷스케이프에서 잘 보이는 사이트가 IE에서 깨져 보이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었다. 결국 브라우저 전쟁은 윈도 플랫폼을 갖고 있는 MS의 승리로 끝이 났고 IE의 점유율을 90%를 상회하는 수준까지 이르렀다. 그러나 IT 지형이 급속하게 변하면서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했다. 유비쿼터스 환경의 확산은 가장 결정적인 요인으로 꼽힌다. 과거는 PC에서만 웹 사이트에 접속했지만 지금은 다양한 모바일 기기

를 이용해 웹사이트에 접속하고 있고 스마트폰의 확산과 함께 필수 서비스로 급부상하고 있다.

 

똑같은 사이트를 모바일 기기로 접속하면 웹서비스 이용은 물론 제대로 보이지 않는 경우가 발생했다.가장 큰 문제는 액티브X로 대표되는 IE 전용 기능이다. 인터넷 뱅킹이나 동영상, 게임, 민원 업무 등 필수적 웹 서비스가 액티브X를 기반으로 하고 있으나 MS의 모바일 운영체제인 윈도 모바일에서도 이를 구현하는 방법을 찾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별도의 모바일 전용 사이트를 만드는 것은 양적으로나 비용 측면에서 현실성이 없다.

 

단일 웹 브라우저에 맞춰 웹사이트가 개발됨에 따라 기업들이 느끼는 비용 부담은 더욱 명확해지고 있다. 지난 2007년에 새로운 운영체제인 비스타와 함께 발표된 IE 7이 대표적이다. 출시전 호환성 테스트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채 IE 7가 발표되자 인터넷 뱅킹, 전자정부, 게임 등 일대 혼란을 겪은 전례가 있다. 최근 출시된 IE 8도 출시전 사전 테스트를 거쳤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공공기관 사이트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등 새로운 IE 버전 출시 때마다 기존 웹사이트를 손 봐야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이 때문에 크로스 브라우징이 가능한 웹 표준을 지키는 것이 비용 측면에서도 더 효율적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웹 표준은 장애인들에게 웹 콘텐츠 접근 권리를 보장하는 첫 단계라는 점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웹 접근성이란 장애 유무, 남녀노소의 차이를 떠나 누구나 웹을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의미한다. 일부에서는 장애인에 특화된 기능 구현 정도로 생각하지만 약자를 배려한 일관된 접근성 가이드를 따르면 편의성과 유지보수 측면에서 이점이 많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 가운데 최근 파이어폭스 등 대안 브라우저의 약진은 새로운 변수가 되고 있다. 한 조사에서는 IE의 점유율이 60%대라고 발표하기도 했다. 대안 브라우저가 급부상하고 매킨토시, 리눅스 등 이기종 운영체제가 확산되면서 웹 표준은 이제 모든 브라우저에서 액티브X 없이 동일한 웹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선택권 문제가 새로운 이슈로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MS가 IE 최신버전에서 액티브X를 비롯한 자사의 독자 규격을 배제하고 웹 표준을 적극 채택한 것도 겉으로는 사용자들의 편의성을 위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이면에는 궤도 수정이 불가피한 상황을 인식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MS가 설명하는 크로스 브라우징, 유무선 통합 환경 지원 등의 장점은 이미 웹 표준화 진영의 오랜 논리이기도 하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지금부터라도 구체적인 웹 표준화 로드맵과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장애인 차별 금지법이 시행되면 주요 웹 사이트는 웹 접근성을 구현해 구축해야 하기 때문에 웹 표준을 널리 확산시킬 수 있는 결정적인 기회라는 것이 관계자들의 말이다. 최동진 모바일 웹2.0 포럼 사무국장은 "기획자, 개발자, 디자이너, 플래셔, 퍼블리셔 등 주요 업무별 웹 표준화 교육이 시급하고, 무엇보다 일선 담당자들의 웹 표준화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상훈기자 nanug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