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 ‘웹접근성’ 현주소

 

시각장애인 ‘웹접근성’ 현주소

 

지침 있지만 정부기관도 외면… 영국에선 모든 홈피에 의무화

 

이관범기자 | frog72@munhwa.com

 

 

시각장애인의 ‘웹접근성’ 보장 문제와 관련, 국내 형편은 여전히 열악한 수준을 면치 못하고 있다. 웹접근성은 신체적인 조건 등에 상관없이 동등하게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으로 선진국을 중심으로 적극 도입되고 있는 추세다. 3일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부설 한국웹접근성평가센터에 따르면 국내 90만여개의 인터넷 사이트 가운데 웹접근성을 준수하는 사이트 수는 공공기관 수십여곳 외에는 전무한 것으로 분석됐다. 웹접근성평가센터의 이연주(37) 연구원은 “정부 차원에서 웹접근성 지침을 만들어 시행하고 있으나 현실과의 괴리가 크다”며 “공공기관조차 예산이 없다는 이유로 거의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웹접근성이 지켜지지 않는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가 이미지 등에 대한 대체 설명을 적시하지 않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인터넷에 접속했다가 이미지가 나오면 어떤 내용인지를 몰라 난처한 상황에 빠지는 시각장애인이 적잖다는 것이다. 또한 본문의 글자크기를 확대할 수 있는 기능이 지원되지 않아 약인 시각장애인의 경우 내용 파악 자체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이외에도 마우스를 사용해야만 홈페이지를 이용할 수 있도록 제작된 것도 키보드 조작이 주로 용이한 시각장애인에겐 걸림돌로 작용된다.

 

이 연구원은 “홈페이지를 제작할 때 웹접근성 지침을 준수하기만 하면 시각장애인의 제약 사항을 해결할 수 있다”며 “하지만 이미 만들어진 홈페이지를 개편하려면 처음 개발할 때만큼 비용이나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대부분이 외면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미국의 경우 2001년 6월 ‘재활법 508조’를 신설, 연방정부 및 소속기관에서 제공하는 모든 인터넷 사이트에 웹 접근성 준수를 의무화토록 했다. 영국은 ‘장애인차별금지법’을 2004년 10월부터 적용, 모든 홈페이지에 웹접근성 준수를 의무화토록 했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인터넷은 전자정부·인터넷뱅킹·전자상거래·교육·뉴스 등을 이용하는 일상생활의 필수도구로서 장애인의 중요한 생활수단이 되고 있다”며 “이번 편성될 추경예산(120억원)을 활용해 각 기관의 중요 대민 사이트 중 미흡한 사이트를 중심으로 웹 접근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관범기자 frog72@munhwa.com

기사 게재 일자 2009-06-03 13: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