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웹의 불편한 진실은 무엇인가

 

한국 웹의 불편한 진실은 무엇인가

 

2009년 07월 30일 10:25:07 / 심재석 기자

sjs@ddaily.co.kr

 

수 많은 웹브라우저 중에서 유독 마이크로소프트 제품을 통해서만 이용할 수 있는 인터넷 뱅킹. 유용한 정보가 가득하지만 검색엔진에서는 검색되지 않는 공공기관 웹사이트. 눈으로 봐야 찾아갈 수 있는 시각장애인 전용 페이지.

스스로 IT강국이라고 자부하는 한국 웹의 현실이다.

  

 

이 같은 한국의 웹의 부끄러운 자화상을 고발하는 신간 ‘한국 웹의 불편한 진실(미디어리서치 출판사)’이 출간됐다. 저자는 웹 접근성 강화를 위해 금융결제원 등과 소송을 벌이고 있는 고려대 김기창 교수다. 김 교수는 너무 일상적이어서 일반인들이 미처 깨닫지 못하고 있는 한국 웹의 치명적 결함에 대해 조목조목 따지고 있다. 먼저 김 교수는 국내 웹 산업에 공정 경쟁이 없다고 지적한다. 정부가 소위 ‘전문가’라는 이름으로 특정 업체의 의견을 일방적으로 정책에 수용하고, 이들과 공생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소수의 기득권 있는 민간기업의 입김에 정책과 법안이 좌지우지 되면서, 한국의 웹 문화와 산업은 점점 더 깊은 수렁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고 김 교수는 주장했다. 가장 뜨거운 감자인 공인인증서 액티브엑스 문제에 대해서 김 교수는 “정부, 기관, 민간기업이 서로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하다”고 일침을 놓았다. 정부는 담당기관(금융결제원)이 알아서 할 일이라고 떠넘기고, 금융결제원은 민간 보안기업에 책임을 넘기고, 보안업체는 자기의 입장에서 다른 대안의 단점을 부각시키고 사건은 종결된다는 것이다. 정부의 방조와 업계의 무책임함이 결합돼 마이크로소프트 웹브라우저의 점유율이 99%에 달하게 됐다고 김 교수는 진단하고 있다. 이로 인한 피해는 웹 사용자와 건전한 사업자들이 떠안고 있으며, 실력 있는 개발 인력의 가능성을 사장시키고, 글로벌 기술력이 있는 국내 회사의 의지를 무력화 시키고 있다고 김 교수는 강조했다.

 

법대 교수이자 법률가인 김 교수는 “웹은 국가의 보편 서비스 영역에 포함시켜 누구나 차별 없이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사회적 합의와 공감대 형성에 의한 대안 마련을 위해 이 책을 펴내게 됐다”고 밝혔다.

 

<심재석 기자> sjs@d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