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금감원 은행들, 장애인차별금지법 외면

 

[기획]금융위·금감원 은행들, 장애인차별금지법 외면

금감원, 장애인용 음성서비스 있으나 마나

 

 

장애인차별금지법(이하 장차법) 시행에 따라 홈페이지등에서 장애인들을 위한 웹 접근성 개선과 편의제공 등이 의무화된 지 1년 8개월이 지났으나, 아직도 많은 금융회사들이 이를 제대로 지키고 있지 않고 있다.

 

특히 금융사들을 감독·계도해야 할 금융위원회(위원장 진동수)와 금융감독원(원장 김종창) 조차 법규 이행에 소홀하다는 비판이 장애인들 및 정보기술(IT)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지난 2008년 4월 발효돼 준비기간을 거쳐 지난해 4월 시행된 장차법 20조는 웰 접근성 보장, 21조는 장애인을 위한 편의제공을 의무화하고 있다. 12일 금융당국과 금융 및 IT업계, 장애인단체에 따르면 금융위는 최근 홈페이지를 개편하면서 장애인의 웹 접근성 개선을 위해 음성합성프로그램(TTS) 활용이 가능토록 주요 컨텐츠를 텍스트화했다. TTS 프로그램이란 문자를 기계적으로 음성으로 표현해주는 기능으로, 이를 위해서는 컴퓨터에 ‘스크린리더’ 라는 프로그램을 설치해야만 한다.

 

그러나 이 프로그램을 보유한 장애인은 전체 400만여 명 중 소수에 불과하므로,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이나 한국지체장애인협회, 한국장애인재활협회 등의 홈페이지처럼, 홈페이지 자체에서 음성서비스를 제공토록 해야만 장차법을 준수하는 게 된다는 것이다. 지난해 여름 국민은행(행장 강정원)의 웹 접근성 개선도 이런 식이었다. 또 금감원은 시각장애인과 시력이 약한 노인들을 대상으로 한 별도의 홈페이지를 운영하고 있으나, 이 홈피를 이용하려면 먼저 ‘액티브X’ 컨트롤을 설치해야 하는데 시각장애인들은 보이지 않아 혼자서는 설치가 불가능하다. 단축키 안내, 환경설정 등 주요 기능이 키보드로 작동되지 않는 것도 문제다.

 

결국 장애인과 저시력 노인들을 위해 만들었다는 홈페이지가 정상인의 도움 없이는 작동되지 않는, 있으나 마나한 홈피인 셈이다. 뿐만 아니라 장애인용 사이트를 만드는 경우 정보의 분량에서 차이가 없어야 함에도 일반인용 홈피는 2단계 메뉴가 50개인 반면 장애인용은 18개에 불과, 장애인을 차별하고 있다. 더욱이 장애인용은 물론 일반인용 홈페이지에서도 설치해야 하는 액티브X는 MS익스플로러에서만 작동되는 기술로 다른 브라우저와는 호환성이 없고, 보안상 문제가 많아 행정안전부에서 사용을 금지하려는 기술이라는 게 IT 전문가들의 얘기다. 게다가 기업은행(행장 윤용로)은 현재 수억 원의 예산을 들여 홈페이지를 개편중임에도, 음성서비스 기능을 제공할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장차법을 아예 무시하고 있다.

  

 

안응호 장애인단체총연맹 정책기획실장은 “장차법에선 웹 접근성 외에 장애인에게 필요한 편의를 제공하는 것이 의무화돼 있어, 관련 프로그램이 없는 장애인도 음성으로 들을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해야 한다”며 “그러나 금융위·금감원을 포함, 많은 곳이 접근성 개선만으로 대처하고 있어,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현병철) 진정 및 법적 대응을 검토중인 단체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밝혔다.

 

최부암 장애인문화협회 부회장은 “장애인 홈페이지 대신 접근성이 개선된 기존 홈피에 액티브X를 사용하지 않는 방식으로 음성을 제공하고, 장애인과 노인을 위한 편의가 키보드로 동작되도록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광원 기자 gwyoun@asia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