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장애인의 날] 시각장애인 웹 공인인증서 접근성 제로수준
지체장애 1급인 배융호(44) 사단법인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 시민연대 사무총장은 영화를 보려면 큰마음을 먹어야 한다. 장애인용 좌석은 스크린300석 이상인 영화관에 설치돼 있지만 요즘은 대부분 멀티플렉스라 좌석이 있는 곳을 찾기 어렵다. 세종문화회관, 예술의전당 같은 공연장은 언감생심이다. “좌석을 선택할 수 없어 보이지도 않는 맨 뒷자리에 앉거나 비싼 맨 앞 로열석을 끊어야 한다.”고 배씨는 토로했다.
▲ 시각장애 체험
장애인의 날을 하루 앞둔 19일 서울 신림동 서울대학교문화관 앞에서 학생들이 안대와 지팡이, 안내견을 이용한 시각장애 체험을 하고 있다. 장애인의 날인 20일, 장애인차별금지법(장차법) 시행 2주년을 맞지만 장애인의 일상생활이나 웹 접근성은 걸음마 수준이다. 우리나라 장애인 관련법은 1998년 장애인·노인·임산부등의 편의증진보장에 관한 법률이, 2008년 장차법이 각각 제정됐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 소매점의 경우 지체장애인을 위한 경사로
는 300㎡ 이상인 곳만 설치하면 된다. 장애인들에게 동네 슈퍼 등은 아직도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곳’이다. 장차법에 따르면 체육시설은 구·시립 등 공공시설에만 편의제공 규정이 있고, 민간시설은 아직 면적기준조차 없다.
미국의 경우 장애인의 이동권 차별은 상상할 수 없다. 공공장소는 물론 작은 문화시설에도 예외 없이 경사로가 있고, 장애인들은 당당히 도움을 청할 수 있다. 관람대 주요 위치에서 볼 수 있는 것은 물론 동반자좌석도 제공된다.
각 기관 등의 홈페이지에 접속, 이를 활용할 수 있는 ‘웹 접근성’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강완식 한국웹접근성평가센터 사무국장은 “공인인증서의 장애인 접근성은 제로 수준이다.”라고 비판했다. 마우스 대신 키보드를 써야 하는 시각장애인은 인증서를 사용할 수 없다. 기업체의 각종 이메일고지서도 음성설명 같은 대체 텍스트는 제공되지 않는다. 증가추세인 키오스크(터치스크린방식의 무인정보전달 시스템) 역시 장애인들에겐 무용지물이다. 은행 ATM, 민원서류 발급기 등은 장애인을 위한 음성지원이나 점자지원기능이 대부분 없다.